목표없이 개발에 뛰어든 주니어 개발자의 회고

오늘은 아침 10시에 눈을 떴다. 평일에 늦잠을 자는 것이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퇴사를 앞두고 모든 연차를 사용해 백수의 삶을 즐기고 있다. 아무튼 어느덧 28세가(만 나이 적용 27) 되었고 2023년 새해는 밝았다. 얼마 전 외숙모님께서 보내주신 베트남 커피 드리퍼를 선물 받아 유튜브로 사용법을 검색해 생전 처음 커피를 내려보고 창밖을 보며 한 잔을 들이켠 뒤 "작년 이맘때쯤 내가 뭐 했더라..?" 라는 생각과 함께 기억을 되뇌어봤다..

yongsan
혼자 쓸쓸히 바라본 용산 어느 한 호텔에서의 창밖 풍경. 2022년 1월 새해. 분명 친구와 함께 2인실을 예약했다. 하루 전 갑작스럽게 같이 갈 수 없다는 통보와 함께 호텔 비용을 대신 내주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새해를 맞이해 서울 풍경을 보고 싶어 기차를 타고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했다. 호텔 룸에 짐을 정리한 후 창밖을 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제 혼자 뭐 하지..?"

개발자라는 직업으로

다시 한번 기억을 되뇌어 2021년을 바라봤다. 26살 국비 학원생. 작년 2020년 코로나 쇼크를 겪게 되었고, 모든 학교의 대면 강의는 중지되었다. 쓸쓸히 온라인 강의를 듣던 무렵 친구가 국비학원을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나 또한 무작정 등록하게되었다. 과정명은 전자정부 웹 표준 프레임워크 풀스텍 개발자 양성과정(이름이 엄청 길었는데 신기하게도 기억이 난다.)으로 7개월 과정의 국비과정이었다.

국비교육

등록했던 국비 학원은 대전 지역에서 유명한 학원으로 실제 세종, 대전지역 많은 현업 개발자들이 이 학원 출신이었다. 강사분들이 아주 열정적이셨고 강의를 들으면서 커리큘럼과 교육이 체계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 또한 분위기로 인해 열의가 넘쳐 제 몫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Java를 시작으로 SQL 쿼리 작성, DB 설계, JSP 및 서블릿 등을 체계적으로 배워나갔다. 또한 초급/중급/고급 프로젝트 총 3번의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초급 프로젝트로는 자바 콘솔 창에 팀에서 구성한 서비스를 출력하고 순차적으로 작동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당시 Java라는 언어에 친숙해질 수 있었다.

중급 프로젝트는 5명이 팀원으로, 직접 화면을 구성해 기본적인 CRUD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기간은 약 3주였다. 당시 1인이 화면/서버 동시 구현하여 이를 프로젝트에 합치기에는 속도가 더뎌 역할을 분담해 화면을 도맡아 작업했다. 화면에 틀을 구성한 뒤 일종의 템플릿을 구성해 이 텍스트에는 어떠한 데이터를 넣어주세요. 라고 주석을 달아 JSP 파일을 넘겨주었다. 이때 유튜브에서 github 반응형 홈페이지 클론코딩 영상을 보며 선행 학습을 했던 것 같다.
결과물이 괜찮게 나와 만족했지만 한편으로서는 서버 작업을 진행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 점은 고급프로젝트에서 해소되었고 결과물 또한 좋게 나와 국비과정을 만족스럽게 마칠 수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구경하다 보면 대부분 국비지원 과정은 추천하고 있지 않다. 수업의 질과 학생들의 열정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만일 국비지원을 듣기로 결정했다면, 충분한 사전조사를 마친 후 지원하는 것을 추천한다.

수료 후

수료를 마친 이후 내게는 두 가지 선택점이 존재했다.

  1. 우선 SI, SM 업계로 취업해 경력을 시작
  • 우선 SI, SM 업계 개발자로 경력을 시작해 2~3년 근무 후 프리랜서 전환
  1. 관심분야를 더 공부하고 준비
  • 과정을 진행하면서 프론트 엔드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수료 이후 준비를 한 후 직접 지원 혹은 관련 부트캠프 수강

선택

그러나 나는 전자를 선택했다. 다만 지금 돌아보면 많이 돌아와 다시 제자리로 온 느낌이다. 당시에는 현실적으로 수중에 돈도 부족했고 집안 형편도 그리 좋지 못했기에 이후 준비를 위해 손을 벌이기도 죄송스러웠다. 물론 이 이유들을 제쳐두고 무엇보다 당시 내 의지가 부족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SI 업계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이제 나도 개발자

어찌 되었건 나도 이제 개발자가 되었고 깨달은 것은 신입으로서 할 일은 없을 수 있으나 앞으로 알아야 할 것은 많다는 점이다. SI 업계는 주로 고객의 요청(제안요청서RFP)부터 시작해 사업을 가져오고 제안서에 따라 서비스를 구축하여 제공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제안요청서부터 시작해 제안서, 관련 법규부터 우선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시스템에 잘 녹이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행정 시스템 구축 사업 중 한 행정업무 기능 구현 파트의 보조를 담당하였다. 하지만 오픈 기간이 가까워지자 보조가 아닌 해당 파트 전체를 담당하게 되었고 책임이 더욱 가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어쨌건 오픈은 하게 되었고 한 사업의 설계-구축 과정 한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픈 이후 보수 및 개발 해야 할 기능이 많아 운영과 동시에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자리에 전화기가 생기면서 고객 응대 업무 또한 추가되었고 서서히 불만은 쌓여만 갔다. 이후에 또 다른 운영 사업 참여까지 가중되어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 이후 느낀 건 아무리 SI 업계로 경력을 시작했다곤 해도 고작 신입일 뿐이며 일을 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은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 일을 하게 되면서 얻은점은 있었다. 무엇보다 스크립트(JQuery) 및 SQL 쿼리 작성 실력은 학원 시절보다 월등히 높아졌고 일정 수립 및 이행의 중요성. 소통의 부재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직. 그리고 퇴사

그렇게 SI 업계에서 근 1년간 경력을 마친 후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울에 본사를 둔 역력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로 이직하게 되었다. 배치된 파트는 한 앱을 운영, 관리 SM 파트였으며 개발보다는 운영 업무로 치중되어 있었다. 실제 업무를 보면서 키보드를 만지는 시간보다 전화기를 드는 시간이 더 많았고 개발건은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앱 관리를 위해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등 새로이 배우고 적용해야 하는 일이 많아 일이 적다고는 느껴지진 않았다.
또한 SI 파트보다는 중간에 공백 시간도 있어 나름 자기 공부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때 한창 Typescript와 Next.js에 빠져있었다. 영문으로 된 Docs는 나름 읽을만했고, 그마저도 안 읽히는 부분이 있다면 번역을 돌려 배워나갔다. 퇴근 후 실제로 적용해 보고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 블로그가 탄생했다.(물론 React.js 등 사용법은 몰랐기에 고칠 점이 많다.)

반기 정도가 지난 후 또 다른 SM 파트로 이동해 다시 신규 행정 시스템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고 다시 일부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때쯤 느낀게 있었는데 SI, SM 파트 어디든 환경은 비슷한 것 같다. 국내 RDBMS(Tibero, Cubrid), 전자정부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면서 화면 구성은 JSP 혹은 툴(웹스퀘어, 넥사크로)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프로젝트 목적 및 고객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또한 이용하는 고객의 수는 일부분 정해져 있으며 고객이 크게 늘어날 일은 없다는 것. 그리고 고객의 요구에 따라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마냥 이렇게 안주하다간 흔히 요구되는 대용량 트래픽을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았고 더 많은 성장을 바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때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이상을 한번 따라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과거의 목표(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프론트엔드 포지션을 목표로 잡고 근 2년간의 경력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시간은 전보다 많아졌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내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웠다.

  1. 매주 블로그 포스팅하기. 지식 공유하기.
  • 생각과 지식을 말과 글로 옮기기에는 생각보다 어렵다. 무엇보다 무언의 책임이 따르게 되므로 공유하는 지식의 깊이는 달라진다. 또한 기록으로 남기에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해 글또라는 포스팅 커뮤니티에 지원했다.
  1. 그동안 간과했던 CS공부, 설계 공부 및 코딩테스트 준비.
  • 개발자는 개발이 우선이 아니다. 일련의 과정 전부가 중요하다. 프로젝트 설계 그리고 이에 뒷받침되는 CS지식이 실무를 진행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졌다. 간과하지 않고 꼭 학습하도록 하자.
  1.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및 포트폴리오 구성
  • 학습한 내용이 있다면 이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적용하자. 프로젝트에 적용해나가면서 배우는 방식이 더 도움이 된다.
  1. 아침 운동하기.
  • 매일 오전 7시 헬스를 다니자. 앞서 나열한 계획을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많은 개발자분들의 회고록을 보면서 작성해 보고자 했는데, 이제서야 작성하게 되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련의 과정이 많은 점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부디 다음 회고록에는 이보다 많은 글을 쓸 수 있는 회고록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중에는 이 회고록 보면서 웃고있는 나 자신을 마주하고 싶다.

  • 개발자라는 직업으로

  • 국비교육

  • 수료 후

  • 선택

  • 어찌되었건 이제 나도 개발자

  • 첫 번째 이직. 그리고 퇴사

  • 그리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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